202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다르빗슈 유와 제이콥 디그롬을 제치고 트레버 바우어가 받았다. 꽤 접전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다.
결과가 나온 마당에 굳이 그들의 스탯이랑 세이버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본 포스팅에서는 올해 사이영상 수상 시즌 전에 실력보다는 기행으로 더 유명했던 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트레버 바우어는 201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1순위는 게릿 콜)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고, 2012년 추신수가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로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했다. 2018년에 12승에 2점대 방어율로 에이스급으로 성장하면서 사이영 투표 6위를 기록한 후 2019년에 다시 만년 유망주로 전락하나 싶었다. 그러나, 비록 단축 시즌이긴 하지만, 2020년 대폭발 하면서 FA 시장 최고 대어가 됐다.
바우어는 경기장 안팎의 각종 기행으로도 유명한데, 그를 돌+I로 각인시킨 사건이 바로 드론 사건이다. UCLA 공학도 답게 평소 드론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2016년 그의 드론들 중 고장 난 거 하나를 고치다가 손가락을 베인다. 이 사건으로 그의 ALCS 등판도 미뤄지고, 미뤄진 경기에 등판해서도 손가락을 꿰맨 부위가 터져서 네 타자만 상대하고 피를 뚝뚝 흘린 채 마운드를 내려온다.
평소에 실력보다 잦은 기행으로 주목받은 그지만, 어쨌든 유망주 하나가 잘 터져서 기쁘다. 내 팀 유망주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의 성공적인 시즌을 기념하여 그의 주요 기행들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1. 엽기적인 루틴
바우어를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그의 엽기적인 루틴이 많이 생각날 것이다. 온갖 요가 동작에 투수라면 조심해야 할 롱토스 등 야구선수에게서 보기 힘든 온갖 잔망스러운 루틴을 등판하는 날 수행한다.
2. 드론보이
서두에 서술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결국 이 사건을 기념하여 한때 바우어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이너리그 팀 르노 에이시스(Reno Aces)에서 그들의 한 때 에이스를 기념하여 드론을 날리는 바우어의 바블헤드를 출시한다.
3. 자신(아니면 감독)에게 화가 나서
클리브랜드 인디언스 시절 2019년 경기에서 잘 안 풀리자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투수 교체를 위해 올라오게 되고 이에 제대로 열 받은 바우어는 외야로 공을 힘껏 던져버린다. 프랑코나 감독이 열 받은 건 당연한 일(What the f*ck was that) 시전). 그러자 본인도 움찔했는지,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났었다 하고 순한 양으로 돌변하여 사과하며 마운드를 내려간다.
4. 맨프레드 안티
현직 MLB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의 대표적인 안티다. 맨프레드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그걸 숨기지 않는다.
2020년 초에 MLB가 새로운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맨프레드 까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코로나로 시즌이 늦어지는 중에 어떻게든 단축 시즌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맨프레드가 밍기적 대자 또 한 방 날렸으며,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가 우승하고 맨프레드가 트로피를 수여하는데 관중들이 야유한다고 그걸 또 재밌다며 올렸다....
5. 휴스턴 조롱하기
2019년 오프시즌에 휴스턴 애스트로즈의 부정이 들통나면서 MLB가 꽤 시끄러웠다. 이 소동에 빠질 바우어가 아니다. 맨프레드를 조롱하듯이 신나게 휴스턴을 조롱했다. 티셔츠로 휴스턴을 조롱하는 건 기본이고, 쓰레기통으로 뒤덮인 스파이크를 신고 나오는 고도의 돌려까기도 시전했다.
6. 과도한 자기 세일즈
위에 5번과 이어서...
바우어는 올해 자신이 FA 최대어 임을 숨기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예를 들어서 어느 팀이 나 같은 투수가 필요한데? 이런 식의 SNS질을 엄청 한다. 이 사람 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예외는 아니다. 뭐 자기가 조롱한 팀이면 어떤가? 돈만 많이 주면 당연히 가야지. 바우어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일 뿐이다.
7. 2020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스넬의 조기 교체 관련 투표 진행
2020년 월드시리즈 6차전은 탬파베이 레이스 팬에게 두고두고 아쉬울 경기일 것이다. 그날 케빈 캐시 감독이 뭘 잘 못 먹었는지 사이영급으로 잘 던지고 있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6회에 뜬금 교체해버렸다. 투수인 바우어도 당연히 어이없어했고.. 이와 관련하여 본인 트위터에 투표를 진행한다.
바우어는 올해 모든 팀의 오퍼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 팀의 오퍼도 검토한단다. (KBO는 없네 ㅋㅋㅋ)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기를 홍보하다 보니 그의 행선지에 대한 추측이 매우 난무하고 있다. 메츠로 와서 디그롬과 1-2 펀치 하면 더없이 좋은 그림일 것이다.
바우어의 재능은 이제 만개한 느낌이다. 그외 언급하지 않는 여러 기행들이 있으나, 그의 재능 보다 기행이 더 관심 받을 수 있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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