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주의서입니다.
어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타일러 길버트라는 신인 투수가 자신의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노히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가족들 앞에서 달성한 대기록이라 더더욱 드라마틱했는데요. 김하성이 9회초 1사에서 심판의 어이없는 콜로 삼진을 당하며 대기록 달성에 일조했습니다.
놀랍게도 투수가 자신의 데뷔 첫 선발 경기를 노히터로 장식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0년이 훌쩍 넘는 MLB 역사상 데뷔 첫 선발 경기 노히터가 어제 타일러 길버트 이전에 세 번이나 있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커리어는 그저 그런 선수들이었습니다.
※ 미국 현지에서는 노히트 노런(no-hit, no-run) 보다는 노히터(no-hitter)라는 기록으로 관리하기에 노히터 기준으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테드 브리텐스틴 - 세인루이스 브라운스(카디널스 전신), 1891년
테드 브리텐스틴은 1891년 구원 투수로 가끔 등판하다가 시즌 마지막 날인 10월 4일 데뷔 첫 선발 투수로 등판해 노히터를 기록합니다. 브리텐스틴은 7년 후인 1898년 생애 두 번째 노히터를 던지는데요, 그의 MLB 커리어는 160승 170패에 방어율 4.04로 막을 1901년 내립니다. 20승 시즌도 두번 있었지만 30패 시즌도 한 번 있을 정도로 기복이 심한 투수로 기억됩니다.
범퍼스 존스 - 신시내티 레즈, 1892년
범퍼스 존스는 1892년 자신의 데뷔 첫 선발 경기이자 데뷔 첫 경기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노히터를 던졌습니다. 경기 내용이 노히터인 이유는, 일단 그는 이 경기에서 볼넷을 네 개나 허용했고, 비자책 1점까지 헌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데뷔 첫 경기에서 노히터를 던진 건 정말 대단합니다. 그 이후의 존스의 MLB 커리어는 어땠을까요? 존스는 이듬해인 1893년이 MLB 마지막 무대였으며, 커리어 2승 4패, 방어율 7.99로 짧지만 강렬했던 MLB 커리어를 마칩니다. 존스의 노히터는 지금까지도 MLB 역사상 유일한 데뷔 첫 경기 노히터로 남아있습니다.
보보 홀로맨 - 세인루이스 브라운스, 1953년
1900년대 유일한 데뷔 첫 선발 경기 노히터는 1953년 세인루이스 브라운스 소속의 보보 홀로맨이라는 투수가 기록했습니다. 홀로맨은 1953년 이 경기를 포함해 3승 7패, 방어율 5.23을 기록했는데요, 이게 보보 홀로맨의 MLB 커리어 전부입니다.
부록으로 데뷔 두 번째 선발 경기 노히터를 한번 살펴볼까요?
윌슨 알바레즈 - 시카고 화이트삭스, 1991년
알바레즈는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홈런 두방을 맞고 강판당했으나, 그다음 경기에서 노히터라는 뜬금투를 펼칩니다. 그는 2005년까지 여러 팀을 전전하며, 102승 92패, 방어율 3.96의 봐줄 만한 기록으로 커리어를 마감합니다.
클레이 벅홀츠 - 보스턴 레드삭스, 2007년
올스타 2회에 빛나는 벅홀츠도 자신의 데뷔 두 번째 선발 경기에서 노히터를 기록합니다. MLB 최고 인기팀에서 나온 경이적인 기록이라 큰 화제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 경기는 라이브로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클레이 벅홀츠는 2005년 전체 42번으로 지명될 정도의 유망주였는데요(저스틴 업튼, 앤드루 맥커첸, 제이 브루스 등이 드래프트 동기), 크고 작은 부상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며, 기대했던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 2019년을 끝으로 MLB 커리어 90승 69패, 방어율 3.98로 안타깝게 은퇴합니다.
MLB 데뷔 첫 선발 경기 또는 두 번째 선발 경기에 노히터를 던졌다고 해서 그 투수들이 특급 투수로 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히터나 퍼펙트게임 둘 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하죠. 야수들의 에러가 없어야 하고, 타자들은 잘 쳐줘야 하고, 상대팀 타자들은 못 쳐줘야 하고...
이 포스팅은 타일러 길버트가 그리 될 거라고 예견하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ㅎㅎㅎ1993년생인 타일러 길버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MLB에 지명되어 2021년 8월 3일 데뷔한 늦깎이 신인입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도 6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는 길버트가 9이닝 105구로 노히터를 달성했으니 놀라울 따름이죠. 이번 시즌 이미 폭망 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올해 길버트를 좀 더 많이 기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타일러 길버트가 암울한 이 다이아몬드백스 팀에 한줄기 밝은 빛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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