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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미국의 넘버원 스포츠 미식축구(NFL 또는 풋볼)의 넘버원 팀은 어디일까?

미국의 팀(America's Team)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90년대 미식축구 최전성기를 이끈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

두 시즌 전적이 1승 31패에 빛나는 역대 최악의 조롱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Cleveland Browns)?

2000년대까지는 아마 의견이 많이 엇갈릴 것이지만,

2000년대 이후를 얘기하면 NFL 넘버원팀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패트리어츠는 2000년대 이후 NFL 최다 타이 기록인 여섯 번의 슈퍼볼 우승을 기록했다.

다른 명문팀(슈퍼볼 6회 우승팀)이라 할 수 있는 카우보이스, 스틸러스, 포티나이너스가 몇십년동안 이뤄낸 성과를 패트리어츠는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2000년 이전까지 슈퍼볼 반지 하나 없던 패트리어츠는 어떻게 왕조를 구축했을까?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 제프 베네딕트의 저서 The Dynasty 라는 책을 읽어보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왕조를 구축한 일등 공신은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Robert Kraft), 감독 빌 벨리칙(Bill Bellichick),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로 요약된다.

왼쪽부터 크래프트, 벨리칙, 브래디

 

1.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

1941년생의 성공한 사업가이다. 그리고 고향 팀의 풋볼팀을 인수한 성덕이기도 하다. 종이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부를 축적했다. 그저 그런 풋볼팀이었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前구단주 빌 설리반의 무리한 투자와 홈구장(舊설리반 스타디움 → 폭스보로 스타디움, 현재는 철거 후 인근 부지에 질레트 스타디움을 건설하여 홈구장으로 운영 중) 운영, 그에 비해 한없이 저조했던 팀 성적에 따른 재정난으로 팀은 1988년 매물로 나오게 된다. 이때 또 다른 사업가 빅터 키암한테 밀려 팀을 사진 못했지만 설리반 스타디움을 사는 데는 성공함으로써 키암에게는 일종의 족쇄 계약이 되고 만다. 게다가 키암 역시 무리한 투자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1992년에 다시 제임스 오스와인이라는 사업가에게 팔린다. 세인루이스 출신인 오스와인은 팀을 고향으로 옮기고 싶었으나, 이 때도 역시 설리반 스타디움과 계약이 족쇄가 되고 결국 1994년, 크래프트는 1.7억 달러에 꿈에 그리던 뉴잉글랜드의 구단주가 된다. 그리고 2000년 빌 벨리칙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2002년, 폭스보로 스타디움과 작별을 고하고, 현재의 홈구장인 질레트 스타디움을 완공한다.

크래프트는 자산 10조원이 넘는 부호다.

2. 감독 빌 벨리칙

2000년 1월 4일 뉴욕 제츠의 감독으로 선임된 빌 벨리칙은 선임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사임을 발표하고 만다. 크래프트는 제츠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벨리칙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1라운드 픽을 주고, NFL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고 만다. 2000년 드래프트에서 아무도 눈 여겨보지 않던 톰 브래디를 선택한 사람도 벨리칙이다. 미시간대 쿼터백 브래디가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인 게 인상적이었던 것. 6라운드까지 아무도 브래디를 선택하지 않자 의아해하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선택받지 못해 절망해있던 브래디에게 전화를 걸어 패트리어츠가 지명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준다. 당시 주전 쿼터백이었던 드루 블렛소 보다 브래디를 주전으로 생각했지만, 크래프트가 블렛소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브래디를 그저 후보 선수로만 아깝게 놔두는 듯싶었으나, 2001년 블렛소가 NFL 역사를 바꾸는 부상을 당하면서 그 당시 듣보잡에 가까웠던 브래디가 선발 쿼터백으로 나서게 되고 왕조는 이렇게 시작되어, 벨리칙은 최고의 명장의 반열에 오른다.

벨리칙이 없었으면 브래디가 없었으며, 브래디가 없었으면 벨리칙 역시 없었을 것이다.

 

3. 쿼터백 톰 브래디

미시간대 주전 쿼터백으로 발군의 활약을 보였지만, 마르고 딴딴해 보이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출신 청년에게 눈길을 주는 스카우터는 거의 없었다. 4라운드까지도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울며 집을 뛰쳐나간 일화에서 그가 얼마나 참담해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6라운드에서라도 지명됐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했을까 짐작이 간다. 그가 지명되기 전에 6명의 쿼터백이 선임됐었는데 대부분 다 소리 소문 없이 NFL에서 사라졌다. 브래디가 연습하다가 피자 심부름을 하며 마주친 구단주 크래프트를 보고 '이 구단이 제일 잘한 게 나를 지명한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포부를 밝힌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20년 동안 뉴잉글랜드의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으로 뛰면서 그는 NFL 뿐만 아니라 전미 스포츠의 얼굴이 된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패트리어츠를 떠나 2020년에 탬파베이 버키니어스로 합류한 그는 7번째 슈퍼볼 반지를 끼게 되고 2021년에도 디비전 우승을 하며 클래스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 2022년에 드디어 은퇴하는 듯했으나, 결국 45살의 나이에 다시 뛰기로 은퇴를 번복하면서 도대체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의 롱런의 비결은 TB12라는 운동 루틴이라고 한다. 이 운동으로 그의 근육이 강해져서 왠만한 충격에도 일반적인 근손실이나 손상이 적다는 것. 비건에 가까운 혹독한 식단도 유명하긴 하다.

TB12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이렇게 구단주, 감독, 쿼터백 삼중주가 2020년 이후 열일곱 번의 디비전 우승, 열세 번의 컨퍼런스 결승전 진출, 아홉 번의  슈퍼볼 진출, 여섯 번의 슈퍼볼 우승을 일궈 낸다. 올해로 23번째 동거를 시작하는 크래프트와 벨리칙은 이제 브래디는 갔지만 왕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재작년에 플레이오프에 탈락하고 작년에 다시 맥 존스라는 신인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패트리어츠의 왕조는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이미 브래디가 떠나고서부터 왕조는 끝인가? 2022/23 NFL 시즌이 더욱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맥 존스가 브래디를 뛰어넘을 순 없다. 그래도 왕조를 유지할 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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