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제일 부러웠던 친구가 게임이 많았던 친구였다. 친구 집에 가서 제믹스를 처음 했을 때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1988년,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다 닌텐도가 있었다. 그 당시 한국은 부자들만 게임기를 살 수 있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나 역시 부모님께서 닌텐도를 사주시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기본으로 딸려 온 슈퍼 마리오 외에 아무 게임도 사주시지 않았다. 게임보이 역시 마찬가지. 그 당시 게임보이를 사면 딸려 나오는 게 테트리스였는데, 그게 끝이었다. 내가 닌텐도나 게임보이가 있다 한들 나에게는 그저 없느니만 못한 상황이었다.
그때였던 것 같다. 게임 카트리지를 책장에 꽂아놓고 마음대로 골라서 게임하는 애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던 시기가. 40대 중반의 키덜트가 된 나는 이제서야 그 재미를 누리게 되었다.
처음 손에 넣은 닌텐도 스위치는 커펌 버전이었다. 즉, 여러 게임을 본체에 넣어서 플레이할 수 있게 작업한 것이다. 이러한 커펌 버전의 단점이 온라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것. 뭐 그냥 나 혼자 게임하는 걸 즐긴다면 온라인 플레이는 굳이 필요가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게임 칩이 작동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게임 가게 가서 사장님한테 게임을 내 스위치에 유료로 깔아달라고 해야 한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 나는 스위치로 이 게임 저 게임 진짜 많이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일단 남들이랑 온라인으로 같이 게임을 하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다보니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고 사고 싶은 게임이 있어도 커펌에서는 작동을 안 하고 게임 가게 가서 다운로드된 게임을 이식해야 하는데 사장이 그 게임 파일을 갖고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커펌이 되지 않은 버전을 손에 넣었고 그제서야 게임하는 재미를 누렸다. 미국 닌텐도 이샵에서 다운 받기도 하고, 직접 게임 칩을 사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새로운, 그동안 까먹고 있었던 재미에 눈의 떠져버렸다. 그렇다. 바로 실물 게임 카트리지(닌텐도의 경우 게임칩)를 책장에 컬렉션처럼 쌓아서 꽂아놓고 보관하는 재미 말이다.
그 이후 일단 국내 정발 게임 중에 하고 싶은 게임을 실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진구지 사부로' 같이 단종된 칩은 당근에서 샀다. 국내에서 정발되지 않은 게임은 그냥 미국 이샵에서 다운 받았다. 대역전재판이 그런 케이스.
그러다가 미국에 사는 친한 친구가 한국을 방문한다기에 그 친구한테 부탁해서 게임스탑에서 구매한 MLB THE SHOW 22를 실물로 받았다. 더쇼22에서 류현진으로 4안타 완봉을 했을 때는 '아 진짜 이 맛에 게임하는구나!' 하고 뿌듯해하며 감탄했다. ㅎㅎㅎ
그렇게 차곡 차곡 책장에 게임 칩이 쌓이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희열을 느꼈다.
8월 말에 받은 '닌자 거북이 : 슈레더의 복수'도 이샵에서 6월에 일찌감치 다운로드 가능했는데 실물이 배달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마존이 한국으로 배달할 수 있기에 아마존에서 한국에서 정발 하지 않는 닌텐도 게임을 사기 시작했다. 대역전재판도 팔더라. 다운 받지 않고 진작에 아마존에서 살 걸 ㅎㅎㅎ. 그렇다고 하지도 않을 게임 억지로 사서 책장에 꽂아넣진 않으리 ㅋㅋ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게임류가 새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에 아마존에서 산 게임은 '루트필름', '폿권' 이랑 '포켓몬 불가사의의 던젼 DX'이다. 빨리 도착해서 아이들이랑 포켓몬 게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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