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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에서 광장동으로 이사 온 후' 시리즈 마지막 편이 될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 활동에 대해서 끄적이고자 한다.

학기 초가 되면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공지 어플인 이알리미(e알리미)를 통해서 학부모들에게 가입할 학교 단체를 조사한다. 학교 단체라고 하면 주로 녹색어머니회, 도서명예교사회, 대의원회 등을 얘기하는 것으로 아마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단체들일 것이다. 당연히 의무 가입은 아니다. 전국의 몇몇 초등학교에는 아버지회라는 단체도 운영하는데 광남초등학교 역시 아버지회라는 단체가 있다.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는 학교에서 인정한 공식 단체로, 가입 의사를 표시한 아버지들의 회비 납부로 운영이 된다. 녹색어머니회처럼 아이들 등교 시간에 봉사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회의 주 활동 목적은 학교의 교육 행사 지원 및 자녀들의 슬기로운 학교 생활 정착이다. 즉, 체육대회, 산행대회 등 학교의 공식 행사 지원과  내 자녀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친목의 장을 여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아래와 같다.

 

이렇게 e알리미를 통해서 학부모단체 가입 조사를 받는다.

1. 학교 공식 행사 지원
보통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큰 행사는 입학식, 졸업식, 체육대회일 것이다. 아버지회는 이 셋 중에 체육대회에서 진행요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여 체육대회가 원활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돕는다. 소중한 자녀들의 체육대회를 구경하러 온 학부모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체육대회 중 학생들의 이동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종목 별 소품 이동, 계주시 방향 안내 등등 체육대회에서의 중추적인 역할을 통해 학교 교육 행사 지원이라는 소임을 다 한다. 뿐만 아니라 아차산에서 아버지회 주관으로 학교 산행대회를 개최한다. 광남 전교생 가족이 참여 가능한 행사를 주최하여 산행 중 이벤트도 열고 경품도 나눠주는 등 광남 가족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뜻깊은 선물을 선사한다. 그 외 크고 작은 학교 일에 행정실이 찾는 1순위가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다. 아버지회 회원들은 이렇게 본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아이들도 아빠가 아버지회 소속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운동회와 아버지회

2. 아버지회 만의 자체 행사
아버지회의 다른 목적 중에 하나가 아버지회 소속 회원 아이들을 위한 만남의 장을 열어 아이들이 좀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버지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건 덤. 그런 차원에서 아버지회는 아버지회 만의 자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회>
먼저 학기 초 아버지들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없앨 수 있도록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총회를 개최한다. 아버지회의 활동 시작을 알리는 자리이니 만큼 교감, 교장 선생님도 참석하여 축사를 하신다. 이후 본격적으로 기존, 신규 아버지회 회원들만의 친목 도모가 진행되며 이때 호칭도 누구누구 아빠가 아닌 나이에 따라 형님, 동생 하며 더더욱 끈끈해진다.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호 총회

<산행대회>
보통 첫 공식행사는 봄과 여름 사이에 산행대회로 스타트를 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버지회가 주관하는 전체 학교 행사로 학교에서 아차산까지 가는 교통 통제부터 산행 코스 안내, 간식 제공, 중간 중간 펼쳐지는 소소한 이벤트 다 아버지회에서 준비한다. 이 행사야말로 아버지회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요,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들은 아빠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회에서 산행대회 중 간식도 제공하고 히어로로 분장하여 각종 이벤트도 개최한다.

<갯벌체험>
조개 캐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날이 더 더워지기 직전 늦봄, 초여름이나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에 진행하는 행사로 저, 고학년 초등학교 아이 상관없이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행사다. 아침 광장동 출발부터, 점심 식사, 갯벌체험, 광장동 복귀까지의 여정에 아버지회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한다. 워낙에 재밌게 놀다 보니 갯벌체험 행사 이후 아이들은 다음 아버지회 행사가 언제일까를 기다리게 된다.

 

아버지회 갯벌체험

<포도 따기 체험>
여름에 주로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아이들에겐 직접 포도를 따는 재미를, 가정에는 양질의 포도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갈 수 있는 기회다. 사실 포도 따기 체험은 길어야 30분이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포도밭 마당에서 놀고먹는 거다.ㅋㅋㅋㅋ 아이들은 물총놀이와 마피아 게임, 술래잡기 등의 놀이를 하고 아빠들은 알코올을 곁들인 야외 바비큐로 친목 행사가 이뤄진다. 야외에서 숯에 구운 고기를 먹는 고기와 알코올. 극락이 따로 없다. 특히 아이들도 다 놀고 나면 아빠들이 직접 라면을 끓여주는데 이 또한 아이들에겐 얼마나 꿀맛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아버지회 포도밭 체험

<학교 캠핑>
아버지회 1년 활동의 하일라이트다. 제목 그대로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치고 1박 캠핑을 하는 거다. 캠핑을 싫어하는 사람도 참여하게 되는 마성의 행사로 이때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참여하게 된다. 특히 캠핑장이랑 집이 가깝다 보니 (학교 운동장이라서) 밖에서 자는 게 불편한 아이나 엄마의 경우 그냥 바비큐, 캠프파이어만 하고 집에 가서 자면 된다. 엄마들끼리도 처음으로 친해지는 아버지회 행사로, 이 행사가 바로 엄마들에게 아버지회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회 캠핑

<서바이벌 체험>
더 추워지기 전의 마지막 야외 행사로 서바이벌 체험을 하러 간다. 장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흔한남매'에도 나왔던 홍천의 가리산 레포츠 파크로, 서바이벌뿐만 아니라, 집라인, 포레스트 어드벤처 등 각종 체험활동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버지회 서바이벌 체험

<가족송년회>
아버지회의 그 해 활동을 마무리를 하는 자리인 만큼 아이들과 엄마, 심지어 조부모까지도 참석하신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전문 레저 업체에서 개최하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경품도 나눠주며, 6학년(졸업생) 자녀들에게는 축하와 새롭게 중학생으로 출발하는 격려의 의미로 선물도 전달하는 뜻깊은 자리다. 많은 경품이 제공되기에, 평소 볼 수 없던 엄마들의 재롱잔치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아버지회 가족 송년회

<직업 체험, 진료 교육 등>

OB 회원까지 1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다 보니 직업군도 다양하다. 국회에서 일하는 아버지회 회원의 주관으로 국회 방문도 했었으며, 자사고 진학 관련 설명회, 그외 아버지회 회원과 연관된 직업에 대한 다양한 교육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아버지회 소속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와 관련된 부모교육도 연 1회 실행하고 있다. 아버지회가 마냥 즐겁게 놀기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ㅎㅎㅎ

 

아버지회 부모교육

 

<기타 소모임 활동>
위에서 말한 아버지회 공식 활동 외에도 아버지회에는 각자의 취미에 따라 각종 소모임도 있다. 골프, 주식, 농구, 기아타이거즈, 띠(특히 76년 용띠 모임이 상당히 활발하다), 장교, 여의도 직장인 소모임 등 내가 아는 것만 이 정도다. 비공식적인 친목 소모임이라 아버지회에서 따로 관리는 하지 않는다. 장교 모임을 벤치마킹해서 나도 내 출신 군(카투사) 소모임을 결성하려 했으나, 아버지회 100여 명 회원(OB 포함) 중 카투사는 나를 포함 두 명 밖에 없어서 아직 소모임이 결성이 안되고 있다. 한화이글스 소모임도 결성하려 했으나, 단톡방에서 욕설만 난무할 것 같아 결성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아버지회 농구 소모임

이외에도, 많은 수의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중년들의 모임이다 보니 마음이 서로 잘 맞는 형동생끼리 동네에서 자주 맥주 한잔 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그게 아이들 간 친분이 쌓이는 계기로 연결된다. 사실 나의 광장동 생활은 이제 아버지회를 논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가 없다. 지금도 벙개든, 약속이든, 최소 주 1회 저녁 식사는 아버지회 형동생들이랑 할 정도다. 앞서 말했지만, 회원들의 직업은 상당히 다채롭다. 나처럼 일반 회사원뿐만 아니라, 전문직 ☆☆사들도 많고, 경찰, 교사, 개인사업자, 방송인 등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지만, 아이들의 슬기로운 학교 생활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뭉친 이들이라 이질감이라곤 전혀 없다. 당연히 당연히 종교, 정치 등 민감한 얘기들은 금지다. 마음 같아서는 야구 얘기도 금지시키고 싶다.

 

아버지회에서는 주 n회 이런 자리가 마련된다.

코로나로 광남초등학교 아버지회의 활동이 살짝 위축된 건 사실이다. 2020년에는 신입회원을 받지 않았으며, 21년, 22년에는 신입회원을 받았지만 지속되는 코로나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그 결과 1년에 100여명이 활동하던 현역회원(YB)이 현재의 80명대로 줄기도 했다. 이제 실내 마스크도 벗었으니 2023년에는 더욱더 힘찬 아버지회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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