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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꾸준히 해야 하는데... 이러다 저품질 블로그로 찍힐까(아니 이미 찍혔나?) 걱정이다. 큰맘 먹고 밀린 과거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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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봄내음이 가득했던, 날씨도 끝내줬던 일요일, 갑자기 워커힐에서 하는 와인페어를 가게됐다. 피자힐에서 매년 개최하는 봄 행사로서 벚꽃이 만개한 워커힐 호텔 야외에서 와인을 마음껏 시음하고 봄날을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행사다. 이때 이런 행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과거 기록을 뒤져보니 나, 와이프,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세명 99,000원에 결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년 가고싶은 행사다. 날 좋은 봄날 피크닉 하듯이 와인 시음하고 푸드트럭에서 아기자기하게 맛있는 안주 먹으면서 유유자적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집근처에서 워커힐 가는 셔틀을 타고 호텔 앞에서 내렸다. 행사가 피자힐 주변에서 열리기에 피자힐 가는 셔틀을 따로 운행하는데 굳이 안 타도 된다. 걸어가도 가까운 거리기에. 다만 짐 같은 게 많으면 셔틀을 타는 게 좋겠지.

 
우리는 그냥 에코백에다 이거저거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가져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오판했음을 깨달았다. 행사장안에 의자와 테이블이 넉넉치가 않다. 그래서 대충 바닥에 빈 공간을 찾아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야 하는데, 돗자리조차 안 가지고 왔다. 그냥 맨바닥에 앉아야 하나, 어디서 박스 쪼가리 좀 구해와야 되나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와이프가 어찌어찌 간신히 엉덩이를 댈만한 크기의 박스를 구했다. 박스로 자리를 잡고, 이제 와인을 시음하러 가려는 찰나 갑자기 우리가 지나가는 그 길목에 있던 테이블에 앉아있던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나가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잽싸게 앉았다. 와이프가 잘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진짜 한 몇번을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에 대해 고무되어 있던 와이프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음을 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 여러 색깔들의 와인들이 즐비해있다. 잔은 입장하면 기념품 처럼 준다. 나름 싸지 않은 준수한 수준의 잔이라고 한다.

 
안주는 피자힐에서 파는 피자들을 컨세션 스탠드에서 팔고, 아니면 피자힐까지 가면 식당 앞에 푸드트럭 서너대가 있다. 거기서 먹고 싶은 거 사도 된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우튀김, 닭꼬치류, 소고기초밥 같은 걸 팔았다. 아.. 입장하면 위에서 말한 저 잔이랑 푸드트럭 음식 교환권도 준다. 그걸로 먹고 더 시키면 된다. 피자힐 컨세션 스탠드에서 오뎅도 팔았었는데 말도 안 되는 가격이기에 살 생각도 안 했다. 생각해 보니 애들한테는 솜사탕도 줬다. 정말 귀여운 솜사탕이었다. 

 
몇잔 시음하더니 감질맛나서 아예 와인을 두 병 사버려서 마시기 시작했다. 아마 주최 측에서도 이걸 노렸을 것이다 ㅋㅋㅋ 그렇게 선글라스 쓰고 날 좋은 봄날 햇볕아래 와인을 마신 지 3시간이 지났을까? 슬슬 알딸딸해지기 시작했고, 이때 더 퍼지기 전에 마무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한 자리에서 이렇게 3시간 넘게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춘기 큰 애는 학원 갔고 같이 따라가서 엄마 아빠랑 재밌게 3시간 동안 잘 있어준 초4 둘째가 고마웠다. 와인 마시느라 사진을 많이 못 남긴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내년에도 꼭 가서 좋은 추억 만들고 사진도 더 많이 찍고, 먹는 것도 많이 먹고, 와인도 더 많이 마시고 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날 집에 가서 맥주도 몇 잔 마셨는데 역시 술을 섞어 마시면 안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맥주 몇잔 마시고 소파에서 기절해 버린 나를 몇 시간 후에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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