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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가 쓴 회고록 '슈독'을 읽었다. Shoe dog 이란 신발에 미친 사람. 책은 신발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전직 육상선수였던 필 나이트가 오레곤 대학 졸업 후 나이키(처음에는 회사명을 '블루 리본'으로 지음)를 창업해서 일구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회고록이다. 오랜만에 책 좀 읽을까 하고 회사 앞 영풍문고를 서성이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필 나이트라는 유명한 창업자, 나이키라는 유명한 운동화 회사. 재밌고 금방 읽힐 것 같아서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필 나이트의 슈독

그의 창업의 시작은 엉뚱했다. 사업을 하겠다고 아버지한테 손을 벌리더니 뜬금없이 절친이랑 세계 여행을 다닌 것. 일본 후지산도 등반했다. 그래도 그 시기에 세계 여행을 간 미국인. 그는 확실히 오픈 마인드의 깨어있는 미국 청년이었다. 세계 여행에서 돌아온 그가 만든 회사는 운동화 회사. 첫 시작은 일본의 오니츠카 타이거 미국 서부 수입사였다. 그의 부모님 집 지하 방이 그의 첫 사무실이었다. 애플과 아마존도 첫 사무실이 아마 창업주들 집이었지? 이때가 1960년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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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토리는 이 시기의 여느 기업인들이 겪었던 역경과 별반 다를바 없다. 오니츠카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 파산 위기도 몇 번 있었고,  은행들은 대출 연장을 안 해주고 거래 끊고, 첫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겪고, 회사 운영만으로는 못 버텨서 시간 강사 알바도 하고, 시간 강사 하면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고. 회사 로고 디자인 할 돈도 없어서 미대생한테 로고 부탁하고(지금의 나이키 로고 맞다). 여러 귀인들을 만나면서 신발은 잘 팔리고, 사업은 번창하고.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뻔한 스토리가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위에 말한 저런 내용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잘 했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낀다. 사업을 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그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영상화되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사업하면서 부딪힌 시련들에 대한 고뇌가 잘 느껴지기도 한다.

 

책 표지를 보면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극찬하는 내용도 나온다. 빌 게이츠는 '성공적 사업으로 가는 길이 어떤 건지 상기시켜주는 굉장한 이야기'라고 극찬했고, 워렌 버펫은 '작년에 읽은 책 중 최고, 필은 축복받은 스토리텔러'다 라고 평했다. 이들이야 뭐 유명 인사들이야 칭찬들에 살짝 MSG를 친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고 흥미있는 책인 건 확실하다.

책을 읽고 100% 만족한 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표지의 필 나이트와 나이키, 그리고 나이키 로고만 보고 골랐다. 또한, 솔직히 이 책에서 바랬던 건 필 나이트가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과 협업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들은 하나도 없다. 특히 마이클 조던은 지금의 나이키가 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물론 나이키 역시 조던에게는 없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 둘이 회사를 최고로 만드는 과정은 꼭 좀 읽고싶었는데 아쉬웠다. 필 나이트는 그냥 책 말미에 짤막하게 그들과의 좋은 관계들에 대해서 언급하는 내용들만 나온다. 마이클 조던 부친 장례식 때 자기 자리가 따로 있었다는 내용이나, 르브론 제임스가 자기 생일 때 롤렉스를 선물해 준 내용 등. 그리고 자신의 장남이 사고로 사망했을 때 많은 유명인들의 위로를 받았다는 등.

조던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이키도 없었다.

책에서 너무 큰 흥미를 기대했었나보다 ㅎㅎ  뭐 어쨌든, 이래저래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나이키는 일본인들(오니츠카 타이거)한테 뒤통수 맞고 일본인들(니쇼 상사가 필 나이트 회사에 금융 지원을 많이 했다)한테 도움 받아 생존한 회사라는 점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일본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책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아시아인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새삼 일본의 대단함도 느꼈다. 그리고 관심이 없을 사람들이 많았을 1960년대에 너무나 이질적인 동양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진 필 나이트의 혜안에 왠지 모를 존경심이 생긴다. 역시 창업도 이런 사람들이 하는 것인가 보다.

 

세계 최고의 운동용품 회사로 세계에 우뚝 섰던 나이키가 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뉴발란스, 아식스 등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나이키는 또 다른 귀인을 만나 전성기 폼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필 나이트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가 나와서 나이키를 구원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다른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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