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들었다. 작년에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됐었다. 두 번째 당선이라서 그다지 놀라진 않았는데 그의 곁에 있는 한 명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부통령이 JD 밴스라는 사람인데 그 당시 나이 40세로 나보다도 젊은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어린 부통령.
그에 대해 알아보니 흙수저 출신의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유명하더라. 2016년 자서전도 썼으며, 그 자서전을 기반으로 거장 론 하워드에 의해 2020년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되기도 했다. 그 자서전 이름이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
와 어떻게 그런 불우한 성장 환경을 극복하고 젊은 나이에 미합중국 2인자가 됐을까? 그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의 성장 과정은 대략 이렇다.
밴스는 그의 생부 도날드 레이 보우만과 생모 베벌리 캐롤 에이킨스에게서 제임스 도날드 보우만(James Donald Bowman)으로 태어났다. 베벌리는 이 결혼이 재혼이었으며, 이미 밴스 보다 나이가 다섯 살 많은 딸 (즉, 밴스의 의붓누나) 린지가 있었다. 생모는 약물, 알코올 중독자로 밴스가 어린 시절 또다시 이혼을 한다. 그 후 베벌리는 밥 해멀이라는 남자와 재혼을 하여 밴스의 이름은 제임스 데이빗 해멀로 바뀐다. 이때부터 주로 애칭인 JD로 불리게 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베벌리는 결국 밥과도 이혼을 하고 그 후 어머니는 수시로 애인을 바꾸면서 여기저기 이사하면서 살아간다. 밴스에게는 진정한 아버지라는 사람은 없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갈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에서 겉돌고, 학교에서도 겉돌고 성적은 꼬꾸라지고... 그에게 진정한 부모는 외조부모였다. 어머니의 그런 생활을 견딜 수 없었던 밴스는 조부모와 왕래가 많았지만, 10학년(우리 나라로 따지면 고1)이 돼서야 안정적으로 조부모님 집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런 꼴을 안 보고 오로지 조부모님 집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음으로써, 드디어 밴스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게 된다. 밴스(Vance)는 어머니 쪽, 그러니까 외가의 성이다. 그의 조부모 성을 따라 밴스로 개명하면서 오늘날 JD 밴스가 완성된다.
'우리 같은 시골 촌놈이 대학은 무슨 대학'이라는 풍토가 자리 잡힌 동네에서 밴스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그 동네 출신으로도 드물게 대입에 성공하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학비에 부담을 느낀 밴스는 사촌 누나 권유에 따라 미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여 학비도 벌고 본인의 성숙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이른다. 그 다음부터는 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처럼 오하이오 주립대-예일 로스쿨-변호사-상원의원-부통령의 테크트리를 타는 것.
결국 밴스를 구해준, 여기까지 있게 해준 정신적 지주는 외할머니였다. (외할아버지는 밴스의 고등학교 시절 사망) 막장인 생모를 떠나, 욕쟁이에 성격도 드세지만 밴스를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인도로 오늘날의 미국의 40대 부통령이 탄생했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강력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함을 생각한다.
책에서 밴스는 어머니와 연을 끊을 각오까지 한 것 처럼 보이나, 지금은 어머니도 알콜,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은 영화처럼 술술 읽힌다. 그래서 영화화 된 건가 ㅎㅎㅎ 미국이라고 다 잘 사는 건 당연히 아니다. 미국의 흑수저 생활, 그리고 그걸 극복한 한 사람의 성장기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론 하워드가 감독인 영화는 아직 안 봤다. 영화 포스터를 보니 아마 명배우 글렌 크로즈가 외할머니 역할이고 에이미 아담스가 생모 역할인가 보다. 근데 밴스의 생모 베벌리가 너무 발암 캐릭터라... 책을 읽으면서도 화가 났는데, 왠지 영화를 보면 베벌리를 보면서 고구마 한 100개는 먹을 것 같은 느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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