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만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왔다. 1월 27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돼서 부랴부랴 연휴 시작 전에 24일 ~ 27일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짰다. 사실 제대로 짜진 않았다. 그냥 급하게 비행기 표랑 숙소를 예약했다. 연휴 기간에 가면 여행비가 훨씬 비싸질 테니 그 직전에 한국 오자라는 심경이었다.
예전의 나는 여행을 되게 꼼꼼하게 준비했었다.
비행기 출도착 시간도 따지고, 그에 맞춘 여행 동선, 식사 시간도 짜고. 난 그야말로 대문자 J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휴 직전이라 여행비가 비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비행기도 스카이스캐너에서 제일 싼 걸 찾았다. 제일 싼 게 제주항공인데 거기는... 뭐... 일단 이번 여행에서는 PASS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싼 걸 예약했다. 그냥 일단 예약하고 보자는 주의였다. 빨리 움직여서 항공권이랑 호텔 빨리 확보하자라고 생각한 것.
숙소도 그렇다. 보통 내 여행 동선에 맞게 숙소를 예약한다. 내가 작년에 혼자 여행 갔다 온 오사카만 해도 그렇다. 첫날이랑 둘째 날이랑 숙소가 다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랑 다음날 간사이 공항 출발 시간을 고려한 것. 그렇게 호텔 예약에 있어서 진심인 내가 어쨌든 이번 여행은 일단 연휴가 다가올 수록 항공료랑 호텔비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으로 재빨리. 급하게, 성급하게 움직였다.
이번 여행 때 예약한 비행기(이스타항공)는 출국은 오전 8시 인천 출발이었다. 그리고 귀국은 대만 타오위안 공항 현지 새벽 1시 50분 출발이다. 오전 8시 인천 출발.... 뭐 좀 이른 시간이지만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출발시간 2시간 전에 공항 도착하면 되니 5시에 집에서 출발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의 너무나도 크나 큰 오판이었다.
인천공항에서 해외여행 가는 거 요새 너무 힘들다고 얘기만 들었는데, 막상 네이버나 인스타 검색해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요즘 공항에 출발시간 2시간 전에 못 간다. 그러면 비행기 놓친다. 최소 3시간 전에 가야 한다. 게다가 인천공항에서 아침 시간대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제일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은 출발 시간 4시간 전에 도착해야 안전하단다. 그 말은 우리 가족은 결국 인천공항에 4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 사실을 출발 일주일 전에 인스타 릴스를 통해서 알았다. 새벽 5시, 6시인데 출국장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사람들의 릴스들...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숙소도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해외 여행지 숙소를 하얏트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사이판 가면서 하얏트 포인트를 산적이 있는데 그 포인트가 아직도 많이 남아 소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이번 대만 여행도 하얏트를 통해서 검색했는데 'Hyatt Place New Taipei City Xinzhuang' 이라는 3, 4성급 호텔이 눈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 본 호텔 시설도 나름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이다. 하얏트 포인트는 못 쓰는 곳이지만, 그래도 한 번 봐 본 이상 가성비 좋은 호텔이란 생각에 지나칠 수가 없었고, 하얏트 포인트나 더 쌓자는 생각에 그냥 그 호텔을 예약해 버렸다.
그런데 이 호텔.... 타이베이 시내에서 좀 거리가 있는 호텔이다. -_-;; (대중교통으로 10분 이상 가야 함) 와이프한테 이 말을 듣고 멘붕에 빠져버렸다. 예약 취소도 안되기에 초대형 멘붕이었다. 정말 나답지 않은 실수였다. 그냥 처음부터 '타이베이 호텔'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고 괜찮은 곳 예약했으면 됐을 걸, 왜 이 호텔을 예약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그래 어쩔 수 없다. 그냥 이번 한 번만 힘든 여행 하자고 마음먹었다.
내가 이번 여행 계획을 왜 이렇게 짰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유는 하나다. '늙어서'
여행 많이 다닌 나지만, 이제는 늙어서 이런 거에 대한 감이 떨어진 거다. 그리고 늙으니 몸과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다. 뭐 하나 제대로 검색하고 그래야 되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귀차니즘에 빠진 건지, 아니면 내 늙어버린 뇌가 '열심히 사전조사 해야지'라고 생각을 못한 건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이유가 섞여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나도 내일모레 50이다. 이제 4인 가족이 계획된 자유 여행을 다니기에, 그 여행 계획을 내가 수립하기에는 지금의 나는 버겁구나 라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이래서 늙으면 다들 패키지 여행을 가나보다.
그렇게 여행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나 힘들었던 2박 4일 대만 여행... 다음 포스팅에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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