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디그롬의 전성기는 이발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도 여전하다. MLB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Jacob deGrom)의 불운 얘기다.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2년 연속(2018년, 19년) 수상한 디그롬은 메이저리그를, 아니 전 세계 야구계를 대표하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지독히도 낮은 득점 지원으로 2018년에는 10승밖에 못했지만, 방어율 등 압도적인 스탯으로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신기하게도 디그롬 등판 다음날 메츠 타선이 폭발하는 놀라운 광경은 덤이다. 김광현이 그 시절 본인의 낮은 득점 지원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 '디그롬도 있는데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2019년에는 그나마 상황이 좀 더 나아져서 류현진을 제치고 2018년 보다 무려 1승이 많은 11승으로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이 해는 낮은 득점 지원에 한술 더 떠 에드윈 디아즈를 주축으로 불펜이 망친 경기가 여러 번이다. 30대에 진입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지만 2018년, 19년 건강하게 2년 동안 쌓은 승수가 총 21승이다. 열혈 팬인 나로서는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의 불운은 거짓말 같이, 아니 어쩌면 모두가 예상했듯이 단축된 2020년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단축시즌이 한 달 좀 넘은 현재 2020년 8월말 현재 디그롬은 6경기 선발로 나와 2승 무패, 1.80의 방어율, 0.83의 WHIP으로 여전히 물방망이 메츠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7월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는 5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뒤늦게 메츠가 1 득점하며 No decision(ND)을 기록했고, 7월 29일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조금 부진(?)했어도 3-2로 앞선 채 내려갔으나, 이 날도 불펜이 붕괴되며 메츠가 지고 디그롬은 ND로 만족해야 했다. 

8월 4일 브레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는데 이날 메츠 타선이 디그롬을 위해 7점이나 지원해줬다. 디그롬도 긴장이 풀렸는지 6이닝 2실점으로 이 날 경기를 마무리하며 올 시즌 첫 승을 올렸다. 8월 10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는 5이닝 2 실점밖에 활약 못했는데도 역시 타선의 지원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승수 쌓기는 여기까지였다.

8월 19일 다시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불구, 에드윈 디아즈가 Blown save를 기록하며 ND를 기록했고, 8월 27일 경기에서는 7이닝 1실점에 14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득점 지원까지 받으며 아주 이상적인 승수 쌓기를 기대했으나 이 역시 불펜진이 경기를 망치며 또 한 번 ND를 기록했다.

 

디그롬은 이발을 하면서 구속이 상승하며 전성기가 왔다.

 

어릴 적부터 뉴욕 메츠 팬이었던 나에게 디그롬이라는 훌륭한 투수가 우리 팀에 있어서 행복하다. 하지만 그의 불운한 모습을 보면 나는 더 불행해진다. 올해도 그의 불운은 이어지고 있지만 한 가지 놀라운, 나 같은 디그롬 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그의 구속이다. 평균 94~95마일L(152 ~ 154km) 수준이던 디그롬의 구속이 올해는 평균 99마일(159km)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8월 27일 경기에서는 수시로 100마일(161km)을 던지며 말린스 타선을 압살했다. 2018년 장발을 포기하며 구속이 올라간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지만 올해 그의 구속 상승은 정말 고무적이다. 아마 본인의 낮은 득점 지원과 전혀 도움이 안되는 불펜진을 향한 분노가 아닐까 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향후 몇 년간 내셔널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압도할 그의 모습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참고로 디그롬이 혹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면 나 역시 메츠를 버리고 디그롬의 팀(휴스턴 애스트로스 빼고)의 팬이 될 것을 다짐한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