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칠순 잔치를 위해 온 가족이 주말에 안동을 다녀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잠은 의성 처제네서 잤고 식사는 안동에서 했다. 처남네가 장모님 댁에서 잘 거라서... 당연히 장모님 아들에게 양보를 해야지 ㅎㅎ
예미정(禮味亭)의 로고다. '예미정 안동종가집 상차림'. 이 로고를 바탕으로 여러 사업을 전개한다.
한정식집뿐만 아니라 한정식집 안에 있는 카페, 그 밖에 도시락, 고기집, 문어요리집, 김치 등등. 아래 네이버로 검색하니 지도에 표시되는 여러 예미정 사업을 보라.
우리가 예약한 곳은 안동 정상동에 있는 예미정 본채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별채가 있는데, 어쨌든 우리는 본채로 입장.
안동 외곽에 오랜만에 나와본다. 안동에 이렇게 멋있는 한옥 식당이 있었다니. 밖에서 보는 야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운 한정식집이다.
우리가 주문한 건 99,000원짜리 '예 코스'. 한시간 반동안 정해진 코스로 음식이 아주 감질맛 나게 나온다. 차례대로 소개해보겠다.
전복죽이다. 샐러드와 구절판이라는 월남쌈 (월남쌈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이 단어 말고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어서 ㅎㅎ) 비슷한 거랑 같이 나온다. 애피타이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주 조금 나온다. 감질맛 나게.
무슨 요리인지 모르겠다. 조그만 완자랑 이거저거 고명이 같이 곁들여서 나오는 아주 깜찍한 탕요리이다. 육전과 호박전, 동태전이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정갈하게 플레이팅 해서 나온다. 전은 아이들한테 양보했다. 아이들이 워낙 전을 좋아하니까.
예상치 못하게 회가 나왔다. 광어랑 도미, 전복 등등이 있네. 회는 아이들이 안 먹으니 어른들이 잘 먹었다. 아 물론 장모님께 더 드렸다^^
첫째 아들이 좋아하는 관자가 나왔다. 저렇게 양념에 청경채, 버섯이 곁들여서 나온다. 양념이 단짠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새우살에 오색 야채를 같이 찐 요리다. 새우는 원래 그냥 머리랑 껍데기를 까서 먹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거는 살도 다져있고 해서 그냥 젓가락으로 감질맛나게 주워 먹었다. 음식이 많이 나오니까 체하지 말라고 일부러 감질맛나게 천천히 즐기면서 먹으라고 음식을 이렇게 만드나 보다. 정말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해산물 행진은 계속 되었다. 이어서 랍스터가 나왔다. 이거 역시 아이들 많이 줬다. 비싸고 맛있는 건 아이들 몫. 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고 배부르다^^
이제부터 고기요리다. 일단, 갈비찜. 내 눈과 입에 익숙한 메뉴가 나와서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그래서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대신 다 먹고 남은 그릇을 찍었다 ㅎㅎㅎㅎ
그다음 나온 육회 역시 마찬가지. 육회는 우리 큰 애가 워낙에 좋아해서 금방 없어졌다. 이것도 그나마 찌끄래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모든 요리가 다 나왔고 이제 마지막으로 보리굴비, 간고등어가 메인인 미역국에 밥이 나올 차례다. 우리는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12명이라 보리굴비 하나, 간고등어 하나씩 시켰다. (아이들 다섯명은 메뉴 대신 공기밥으로 대체) 먼저 이렇게 반찬 세팅이 되고 메인메뉴와 밥과 미역국이 나온다. 밥은 솥밥으로 나오기에 나중에 남은 밥으로 숭늉을 해 먹을 수 있다.
이제 식사는 다 끝났고, 디저트가 남았다. 아이스 홍시와 식혜다. 안동에서 식혜가 나오는데 안동식혜가 아니네 ㅎㅎ 갑자기 장모님께 인사드리러 안동 내려가서 안동식혜를 처음 접한 날이 생각난다. 정말 정말 상상도 못한 비주얼과 맛이었다.
식사가 다 끝나고 예미정 본채 안을 둘러봤다. 안에 이렇게 카페가 있고 안쪽에는 사진으로는 못 담았지만, 종가집 상차림에 대한 여러 전시물이 있다. 식당치고 상당히 기업형이다. 식당이라기보다는 사무실이라는 인상을 좀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업형 식당이나 다름없더라. 여러 가지 식료품 사업을 하니.
안동에서 잔치, 상견례 등 각종 모임을 위해서 예미정을 많이 오는 것 같다. 참고로 구글평점은 4.0이다. 4점 턱걸이네. 나는 그래도 최소 4.3 정도는 주고 싶다. 너무 감질맛 나고 비싸서 그런가 ㅎㅎㅎㅎ 그래도 돈 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른 7명, 중학생 1명이서 99,000원짜리 메뉴를 시켰으며,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 5명에게는 식당에서 공기밥을 줬다.
고급진 한옥 식당에서 모임을 위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토요일 새벽에 눈이 왔고, 낮에도 눈이 조금씩 왔다. 눈 예보가 있어서 그냥 금요일 밤에 가서 처제네서 2박을 하고 일요일 오전에 서울로 출발함으로써, 이번 장모님 칠순 잔치를 위한 경북 안동, 의성 방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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