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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finity and beyond 아니다.

제목이 참 길다. To Pixar and Beyond : My Unlikely Journey with Steve Jobs to Make Entertainment History.

한국 제목이 골 때린다.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변호사 레비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원제 그대로 해석하자면, 픽사 저 너머로 : 스티브 잡스와 뜻밖의 동행으로 엔터테인먼트 역사를 쓰기까지 정도 되겠다.

픽사의 토이스토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To Pixar and Beyond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를 차용한 것이다.

이 친구의 명언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이 친구가 아님

저자는 한국 제목처럼 로렌스 레비라는 변호사로 실리콘밸리의 Electronics for Imaging의 CFO를 지내고, 스팁 잡스에 의해 픽사 CFO로 발탁되었다.

책의 내용을 한 줄 요약하자면 일면식도 없는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고 망가진 스타트업 픽사에 입사해서 회사를 역대급 IPO로 상장시키고, 디즈니에 매각하기까지 저자의 성공기이다.

이런 사람이 뜬금없이 전화해서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라고 한 것이다.

책은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고 1995년 2월 픽사에 CFO(최고재무책임자)로 합류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말이 CFO지 사실상 재무뿐만 아니라 인사, 기획, 직원과 스티브 잡스 간 갈등 조정 등 회사 전반에 대한 운영을 책임지는 업무였다.

픽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 토이스토리 개봉 시기 조율 및 대흥행, 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과 이와 관련한 잡스와 마찰, 성공적인 IPO와 디즈니로의 역대급 매각 등 책은 저자가 잡스와 엔터테인먼트 역사를 쓰기 위한 여정을 유쾌하게 다뤘다.

토이스토리는 1995년 11월 22일 개봉하였으며, 주말에만 3천만불이라는 대흥행을 기록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다이하드 3, 아폴로 13, 배트맨 포에버 등의 엄청난 흥행작들을 제치고 1995년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한다. 전체 흥행 기록은 1.9억불로 기존 1, 2위 애니메이션이었던 '라이온킹'과 '알라딘'을 압도한다. IPO 도 크게 흥행하여 22불에 상장

1995년 토이스토리1 뿐만 아니라 1999년 토이스토리2, 2010년 토이스토리3, 2019년 토이스토리4 까지 다 봤다.

2006년 1월, 픽사의 자체 성장에 한계를 느낀 잡스는 자신이 보유한 픽사 지분을 74억불에 디즈니에 매각한다.

디즈니 픽사. 이 회사 다녀보고 싶다.

픽사 IPO에서 디즈니에 매각하기까지, 저자는 김연아가 그랬듯, 마이클 펠프스가 그랬듯, 뭔가 큰 성취감 이후 찾아온 무력감과 목표의식 상실로, 픽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퇴사 후, 동서양 문화/철학 서적을 읽으며 불교의 중도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이후 동양철학과 중도(Middle way)에 대한 강의를 하며 주니퍼라는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다소 엉뚱한(?) 커리어 패스를 택한다. 어찌 보면 애니메이션 스타트업 혹은 IT 기업인 픽사를 엄청난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의 과감한 선택에 존경심을 표해야할 상황일 수도 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와 가까운 동네에 살았다. 둘은 2011년 5월 잡스가 타계할 때까지 좋은 친구로 남았다. 책은 잡스를 그리워하며 끝을 맺는다. 저자가 잡스의 집에 들어가면 잡스가 웃으면서 나와 "Hey Lawrence. You up for a walk?"(로렌스, 같이 산책이나 할까?)라고 말하는 걸 상상한다.

토이스토리 팬이라면 토이스토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토이스토리의 아버지 픽사가 어떻게 현재의 픽사가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책으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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