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4월(초5) ~ 1993년 2월(중학교 졸업)까지 미국에서 살면서 많은 미국 드라마/시트콤을 봤다. My Secret Identity(슈퍼소년 앤드류), Doogie Howser, M.D.(천재소년 두기), Wonder Years(케빈은 12살), Beverly Hills 90210(비벌리힐스의 아이들), The Simpsons(심슨 가족 - 드라마는 아니지만 매주 챙겨본 드라마 같은 만화다) 등과 우리나라에서는 방영하지 않은 Charles in Charge(찰스 인 차지), Blossom(블라썸), Full House(풀하우스), Family Matters(패밀리 매터스), Step by Step(스텝 바이 스텝), The Fresh Prince of Bel-Air(더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 등이 기억에 난다. 미국의 드라마나 시트콤들은 주로 시즌제로 주 1회 방영하며, 다음 시즌이 나올 때까지 보통 재방송을 돌린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한창 친구들이랑 놀 때라 매주 목숨 걸고 보진 않았지만 시간만 되면 늘 챙겨봤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드라마를 보고 다음 날 친구들과 드라마 평을 하면서 어느 장면이 웃겼네, 어느 장면이 좋았네 얘기하는 게 낙이었다.
그 당시 저 드라마들 전체 에피소드 들을 보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터넷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금, 웹하드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과거 드라마들 뿐만 아니라 최신 드라마들도 정주행 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뜬금없는 또는 너무 늘어지는 전개에 포기한 드라마도 있고 밤을 새워가며 모든 시즌을 다 본 드라마도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어렸을 적 드라마들 말고 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의 혜택을 받으며 웹하드, 토렌트 등을 통해 다운 받아서 전체 시즌을 정주행 한 미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내 인생 최고의 미드, 추천 미드가 아니고 내가 끈기 있게 전체 시즌, 전체 에피소드를 본 미드 이니 오해 없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시즌을 다 볼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인기와 재미는 보장된다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
2020/08/29 - [취미/이것저것] - 끝까지 본 완결 미드 1편
6. Scrubs(8시즌 + 1시즌 더)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처음 본 시트콤이다. 강력한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과 1명의 여자 주인공이 한 병원에서 인턴부터 의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병원 이야기지만 시트콤 특성상 병원 이야기보다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교훈이 주를 이룬다. 매회 주인공의 망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시트콤이며, 시트콤의 짧은 오프닝은 금방 외워서 한동안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7. Dexter(8시즌, 2006 ~ 2013)
미국인이 좋아하는 연쇄살인마(America's favorite serial killer)라는 모토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내용의 미드다.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핏기를 빼고 그 고기를 맛있게 먹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매 시즌 새로운 악당이 나오는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악당의 난이도가 진화하고, 아들까지 나은 덱스터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끊임없이 고뇌한다.
8. Rome(2시즌, 2005 ~ 2007)
시즌이 너무 짧아서 언급을 안 하려고 했으나, 어쨌든 완결은 했고 완결 시즌까지 다 봤다. HBO, BBC, 이태리의 RAI2 방송국이 합작해 만든 고대 로마 시대의 사극으로 제작비용이 비싸서 두 시즌만에 종료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잔혹성과 선정성이 꽤 강하고, 좋게 말하면 상당히 리얼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덱스터의 시즌 7 악당 Ray Stevenson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9. True Detective(3시즌, 2014, 2015, 2019)
각각의 시즌이 별도로 진행되는 형사 드라마다. 명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로 유명한데 시즌1은 매튜 맥커너히, 우디 해럴슨,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등이 출연하고 시즌2는 내가 좋아하는 레이첼 맥아담스, 콜린 패럴 등이 출연한다. 시즌3은 아카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마허샬라 알리가 주연으로 나온다. 군살 하나 없는 진성 형사 드라마로 스토리, 연출력 등등이 너무 어둡다. 특히 시즌2는 너무 어두워서 그만 볼까 생각도 했었다. 시즌4도 확정이지만 아직 제작 얘기는 없다. 시즌2와 시즌3 사이의 기간을 봐서는 몇 년 후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 Boston Legal(5시즌, 2004 ~ 2008)
진지한 연기만 하는 제임스 스페이더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스타트렉의 선장 윌리엄 섀트너와 함께 브로맨스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으며, 법률 드라마답게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 대한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드라마로 그 당시 미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 보너스 : 시청 중단한 미드
너무 늘어지거나 뜬금없는 실망스러운 전개에 재밌게 보다가 중단한 드라마도 있다. Homeland는 주인공 캐리의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뜬금없는 베드신과 거의 매 회 나오는 질질 짜는 장면에 지쳐 시즌3을 끝으로 그만뒀다. 캐리가 조울증이 걸린 설정이다 보니 그런 거 같은데 클레어 데이즈가 연기 잘하는 건 인정한다. Walking Dead는 의리로 시즌7까지 보고 더 이상 안 보게 됐다. 이제 좀비와의 전쟁을 떠나 점점 인간 대 인간으로 그려지는 뻔한 갈등 구도에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사실 시즌2에 이미 손절할 뻔한 생각을 하면 시즌7 까지도 참 오래 참고 본 거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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