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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일러스트다.

메이저리그도 개막을 했다. 비록 코로나19로 단축되긴 했지만 야구팬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뉴스다. 오랜 MLB 팬으로서 야구의 인기가 현지에서 하락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현재 미국의 넘버 원 스포츠는 사실 미식축구(NFL)고 2위가 농구(NBA)다. 사실.. 미식축구, 농구처럼 액티브한 스포츠만 보다가 야구를 보자니 참 지루할 법도 하다. 물론 NFL, NBA, MLB, NHL(아이스하키)까지 다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MLB는 1994년 시즌이 취소된 파업, 그리고 이어진 1995년 단축시즌으로 인해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었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던 MLB를 다시 살린 것이 19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의 홈런 레이스다. ESPN 미니 다큐멘터리 30 for 30의 에피소드 중 이 이야기를 다룬 'Long Gone Summer(멀리 지나가 버린 여름)'을 우여곡절 끝에 시청했다.

2020/07/14 - [취미/이것저것] - ESPN 다큐멘터리 '30 for 30' 이야기

ESPN 다큐멘터리 '30 for 30'에 대한 간단한 소개

2020/07/22 - [취미/이것저것] - 아이튠즈 미국 계정 가입하고 충전하기

ESPN 다큐멘터리 '30 for 30'를 보기 위해 아이튠즈 미국 계정 가입 및 충전 후기

마크 맥과이어는 이미 1997년에 58개의 홈런을 치면서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로저 매리스의 한시즌 최다 홈런(1961년 61개)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기대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특히 MLB도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1994년 파업으로 떠났던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유인하기 위한 인기몰이에 나섰다. MLB 입장에서 반가운 것이, 맥과이어만 홈런을 때리는 게 아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구두 닦기 출신의 새미 소사와 나름 뼈대있는 야구 집안의 아들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매리너스)도 홈런을 뻥뻥 때리면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월 말이 돼서야 맥과이어와 소사의 이파전, 미국 엘리트 백인 야구선수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구두 닦기 소년의 대결로 드라마가 본격적인 절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 시절 영웅들. 이제 할아버지 다 됐다.

다큐멘터리에는 맥과이어와 소사, 밥 코스타스 라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 캐스터, 맥과이어의 아들, 그 당시 프런트 직원들 등등이 등장하며 1998년 여름을 회상한다. 심지어 맥과이어에게 기록을 깨게 한 장본인인 시카고 컵스 투스 스티브 트락셀도 등장한다. 사실 나도 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일들이긴 하다. 94년 파업으로 MLB에 등을 돌린 팬들은 이들이 홈구장에, 심지어 원정 팀으로 오는 날에도 구장을 꽉 채웠다. 예를 들어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플로리다 말린스(現 마이애미 말린스) 구장에 세인트루이스가 원정 갔을 때 오로지 마크 맥과이어를 보기 위해 구장을 꽉 채웠었다. 

야구여신이 무슨 작업을 했는지 1998년 9월초,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의 대결이 이뤄졌다. 이 경기에서 새로운 홈런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 특히 원정팀인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의 타석에 세인트루이스 팬들이 기립박수를 치는데 정말 소름 돋았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1998년 9월 8일 소사의 시카고 컵스와의 홈 대결에서 맥과이어는 소사가 보는 앞에서 62번째 홈런을 날린다. 전 미국이 잔치 분위기였다. 나 역시 입대를 한 달 앞두고 AFKN에서 이런 장면을 라이브로 보게 돼서 울컥했었다. 순수한 야구팬으로서 큰 영광이었다.

맥과이어는 홈런 기록을 쫓는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도 회상한다. 그 스트레스를 나눌 소사가 있어서 극심한 중압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 맥과이어는 감독에게 너무 지쳤으니 마지막 경기는 결장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은 소사가 맥과이어를 따라잡을까봐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의미에서 맥과이어에게 출장을 권유하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맥과이어는 홈런 두 방을 더 치며 70개로 그 당시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소사는 그해 66개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다큐멘터리의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말투와 표정들을 보면 그들 역시 여전히 '1998년 여름은 정말 대단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말미에는 아니나 다를까 안타깝게도 맥과이어와 소사의 약물 복용 사실을 다룬다. 사실 홈런 레이스 중에도 맥과이어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긴 했지만, MLB 사무국은 흥행을 위해서 그냥 넘어간 느낌이 든다. 결국 이들의 야구 말년은 결과가 안 좋았고, 뜨거웠던 1998년 여름의 열기에 비교하면 지금 이들의 명성은 안타까울 정도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미국 현지 절대다수가 '이들의 약물 복용 사실은 비난 받아야 하지만, 이들이 MLB를 살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말미에 또 다른 약쟁이 배리 본즈의 한시즌 홈런 기록 경신(그 당시 투수가 박찬호) 장면도 나오는데 다큐멘터리 주제와 상관없는 상당히 쓸 데 없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지.

이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22년 전이지만 아직도 그 날 집에서 보면서 혼자 소리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 달 후 나는 군 입대했다. 군 입대 전 좋은 구경 하고 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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